재연드라마와 사극 등에 출연했던 조연배우 강민서가 대박 삼겹살집 대표로 돌아왔다.
6년전 드라마 '신돈'을 끝으로 브라운관을 떠난 강민서 씨.
당시 주연은 아니었지만 꽤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며 수입도 괜찮았는데,
자영업자로 돌아서게 된데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께서 어느날 강민서 씨를 불러다놓고 "돈을 빌려줬다가 떼였다.
돈 대신 가게를 받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말씀하셨다.
당시 돈 대신 인수한 가게는 매출이 형편없었던 레스토랑이었지만 영업을 계속하면 그래도 손해는 안나겠지 싶어
손을 댔다. 그런데 웬걸. 사업경험이 전무한 강 씨가 운영에 참여한 후 날이 갈수록 매출은 떨어져갔다.
영업을 통해 손실을 메꾸려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인건비 등을 감당하느라 집도 팔고 차도 팔고 악순환은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날 강 씨의 아내가 집으로 날아온 내용증명을 보여줬다.
월세를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르자 강민서 씨는 '연기와 사업 두가지를 병행하다보면 죽도 밥도 안되겠구나'
생각하고 과감히 연기는 접고 사업에 올인하기로 맘 먹었다.
강 대표는 다짜고짜 국내 '밥재벌'로 통하는 프랜차이즈 회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용건은 "식당일이라는 게 뭔지 가르쳐달라"는 것이었다. 황당해하던 '밥재벌'은 자신이 출장중이니 돌아오는대로
한번 들르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의 식당을 찾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식객'으로 널리 알려진 한식전문가 김수진 원장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각계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브랜드가 바로 '팔색삼겹살'.
6년전 당시는 와인삼겹살이니 녹차삼겹살이니 컨셉이 있는 삼겹살 메뉴가 인기를 한창 끌다 사그라드는 시점이었다.
당시 값싼 고기에 향신료를 많이 넣은 양념삼겹살이 인기였지만
강대표는 과감하게 직접 만든 8가지 소스로 특화된 삼겹살 메뉴에 도전했다.
풍기와 강화에서 공수한 인삼에 의성마늘, 전라도 솔잎 등을 가미한 소스로 8색
즉 맛과 향이 다른 '고추장, 된장, 커리, 허브, 마늘, 솔잎, 와인, 인삼' 삼겹살을 단일 메뉴로 내놨다.
이처럼 다양한 향의 삼겹살은 외국인의 취향에 특히 잘 맞았다.
일본의 한 여기자는 팔색삼겹살을 맛보더니 이색아이템이라며 취재해갔다.
곧이어 NHK, 후지TV 등 일본 유수의 언론이 일주일에 2군데씩 식당엘 다녀갔다.
삼겹살집으로 변경하기전 주점 운영시절 하루 20만원이었던 일 매출은
최근엔 하루 최대 900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100평 39개 테이블은 하루평균 4회전된다.
그야말로 대박집이 된 것. 강민서 대표는 국내에서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최근 미국 LA지점과 호주 멜버른 지점을 오픈했다. 그는 현지 반응 또한 뜨겁다고 전했다.
최근 손님의 50%는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서 찾은 외국인이다.
영업 초기에는 점심과 저녁 사이에 브레이크 타임이 있었지만 줄서서 기다리는 외국인에게
미안해서 종일 영업으로 변경했다. 찌개와 삼겹살을 동시에 익히는 버너 2개의 테이블은 특허까지 출원된 상태다.
업무강도가 높은편인 직원들의 업무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삼성출신 서비스강사의 도움까지 받아 직원교육도 병행한다.
강민서 대표는 "연기에 대한 열정은 잠시 미뤄뒀다"면서
"연기도 좋아서 했던 일이지만 조연배우라는 직업은 오늘 전화가 오지 않으면 내일 일이 없어 놀아야 하는 수동적인 삶이다.
식당일은 자기 주도형으로 뭐든 내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돈은 내가 벌려고 한다고 벌리는 것이 아니다.
늘 새롭게 준비해두지 않으면 내일 손님이 다 떠날수도 있는게 장사다. 운과 준비가 만나야만 성공이 따라온다"며
"식당에 오는 손님들은 배가 고파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소주와 삼겹살을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는다.
외국인 손님들이 돌아갈때 그들의 마음속에 뭘 줄까를 항상 고민한다"고 신조를 밝혔다.
식당은 문화적 공존의 공간이라는 것. 한식 세계화에 대한 고민도 계속되고 있다.
강 대표는 "행복하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양보도 필요하다.
외식업을 하려면 200개의 거래처가 있을수 밖에 없다. 한 두 명이 잘한다고 성공하게 되진 않는다"며
"식당에 대한 머릿속 아이템이 50개가 넘는다.
앞으로 팔색삼겹살-콩불에 이은 브랜드를 만들어 30개까지 늘려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날짜 : 12/07/07 한국경제-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